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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 노하우

호주 문화 적응하기: 식사초대

by sensible babe 2020. 10. 14.

호주 문화 적응하기: 식사초대

 

호주 문화를 대표하는 단어가 뭐예요?

라고 누군가 제게 물어본다면, 전 첫째로 "가족 중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 중심이기에 특히 저처럼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평일 저녁, 주말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인 행동(?)을 하기 어려운데요, 당연한 얘기지만 가족이 있기 떄문입니다. (제 한국에서의 바빴던 삶과 정말 다른..ㅎㅎ)

 

그래서 만남도 대부분 가족 대 가족으로 이뤄집니다. 그것도 집으로 초대를 해서!!!

초대를 하기도, 초대 받기도 하면서 느꼈던 호주 문화에 대해 정리해볼게요. 

 

가족 대 가족의 만남에 익숙해지자 feat. 이름 외우기는 여전히 어려워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되니? 같이 저녁먹자." "우리 집에서 애들 놀리면서 같이 얘기나 하자."

이런 대화의 대부분의 전제는 "가족 다 같이"라는 것입니다.

가족 다 같이 만나서 애들은 애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한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빨리 호주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에 더 적응하고 싶었고, 이에 큰 공헌을 한 것이 식사 초대문화라 생각합니다. 초대 받기도 하고, 초대 하기도 하면서 사람들을 더욱 알게 되고, 평소에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서 정보도 습득할 수 있었거든요. 단, 단점을 꼽자면 누구 엄마 또는 아빠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야 하기에 모든 사람의 이름을 외워야 한다는 거.. ㅋ 

 

 

스리랑카 가족식사에 초대받았어요! 

 

 

초대 하기 전 확인 사항 

보통 식사 초대를 겸한 만남이라면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지요. 저의 경우 언제나 한식을 준비했는데 메뉴 준비에 앞서 종교, 채식 여부, 알러지 여부 등은 무조건 확인했어요. 같은 나라 출신이라도 종교에 따라 돼지고기를 안먹거나, 소고기를 안먹거나, 같은 닭고기라도 할랄푸드 여부를 따지기도 하더라고요. 몇 번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같은 메뉴라도 재료를 소폭 달리해서 만들어낼 줄 아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ㅎㅎ 

 

번외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실패확률 제로인 한식 메뉴는 잡채, 김밥, 파전 혹은 김치전이라는 거! 

 

 

 

식사 초대자리에서 만난 반가운 모기향!

 

 

지인 집 방문 시 참고 사항 

한국에선 집들이의 경우 휴지, 세제를 주로 사서 방문했고, 그 외엔 보통 과일 등을 샀었는데요, 호주에선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을 초대해주는 쪽에 미리 물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내가 뭐 가지고 가면 될지 알려줘."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편하게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냥 와" 하면 진짜 그냥 가도 되던 걸요. ㅎㅎ 지금까지 제가 손님을 초대할 때 손님들이 주로 가져 오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술이나 음료수, 집에서 만든 디저트, 꽃, 자기 아이들이 혹시나 초대받은 집의 음식을 못 먹을 경우를 대비한 음식, 초콜릿, 작은 선물 등이었습니다. 

 

 

 

한식은 어디서나 인기만점이예요.
파키스탄 가족들과 저녁식사도 했어요.

 

 

 

신발을 벗을까 말까? 

이건 제가 주로 했던 고민이었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주인 & 손님 마음) 였습니다. ㅎㅎ 

아시아 및 서양 문화는 다르니까. 하면서 스스로 선을 그었던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같은 가족 구성원들 끼리도 누구는 신발을 신고 있고, 누구는 맨발로 돌아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자라온 한국과 위생관념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주제도 다음에 따로 정리해볼게요!) 그래서 저의 경우 손님들에게 실내 슬리퍼를 권하고, 진심으로 양해를 구하곤 합니다. 그럼 다들 쿨하게 받아줘요! 

 

 

요알못에서 대장금 반열에 오르기 위해 노력 중..

 

 

친구의 친구도 내 친구

제가 한국에 있었을 때와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A&B가 만나기로 했으면 보통 A&B만 만나는데 B가 C 혹은 D까지도 데리고와서 다 같이 만나는 것이 흔하다는 것입니다. 생판 몰랐던 네 친구도 내 친구! 우리 모두는 친구! 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호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인 "초면에도 쉽게 말을 곧 잘 한다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저 역시 제 오지라퍼 성격을 더욱 발휘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나서 너무 많이 영어를 집중적으로 써서 집에 오면 뻗고 자기.. ㅋㅋ  

 

 

영국/호주 가족과 즐거운 저녁 식사 직전!
이 날은 먹고 싶은 한식 총출동했어요 ㅋ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 Do you know K-Pop or 김치? 는 넣어두셔도 좋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까꿍이 덕에 저는 브리즈번에 정착한 뒤 비슷한 관심사(육아, 교육, 취업 등)를 가진 학부모들을 쉽게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필리핀,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 이란 등 다문화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같은 이민자로서 겪는 나름의 고충을 나누고, 힘도 얻고 여러모로 장점이 큰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한식이 일반적인 한식의 맛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한식을 소개하다보면 괜시리 찾아오는 뿌듯함은 덤입니다. ㅎㅎ 한국을 가보진 않았어도 이제는 한국에 대해 들어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 굳이 한국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각자의 관심사 위주로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처음엔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이젠 그 전날과 당일은 덕분에 온집안 대청소날이 되기에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거..! 

 

쓰고 보니 호주 문화는 결국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 (심지어 호주 사람들도 그 선조는 유럽에서 왔으니까요) 만들고 쌓아온 것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말해, 호주만의 문화는 없다는 것.

 

지금까지 식사 초대로 알아보는 호주문화, 아니 호주다운 문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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