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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자녀교육

자녀 해외 유학 최적의 시기는?

by sensible babe 2020. 10. 9.

자녀 해외 유학 최적의 시기는?

 

자녀 해외 유학 최적의 시기는 언제일까요? 이 질문은 저 역시 제 스스로에게 한 것이고, 답을 찾길 원했었는데요. 그런데 이 "최적"이란 말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 영어도 습득하고, 현지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기
  •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 한국인 정체성 잃지 않으면서 현지 문화 받아들이기


저는 아이가 한국에서 유치원까지 거의 마치고(영어 유치원이 아닌 일반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호주에서 시작한 경우인데요, 한국에서 알파벳 노래만 알고, 한글은 읽고 쓰는 것이 어려움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호주에서 지내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까꿍아, 엄마가 널 통해 엄마의 호기심을 채우고, 관찰해서 미안해~)

 

아이가 너무 어려도, 커도 쉽지 않다 : 초등학교 저학년이 답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아시안 비율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곳이고, 교장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50개국 이상의 출신이 한데 모인, 전형적인 다문화 호주 초등학교입니다.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는게 좋지..라고 생각은 했으나, 막상 말도 안통하는데 학교를 보내려니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1학년 등교 첫 날, 딸아이에게 딱 세 문장을 알려줬습니다. "Stop it." "I don't like it." "Can I go to the toilet, please?" 

 

말이 안통해서 혹시나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의기소침해지는 건 아닐까? 웃음거리가 되진 않을까? 오만 걱정을 했었는데 수업 끝나고 환하게 웃으며 나오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눈물 핑~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쉬는 시간에 몸으로 뛰어놀고, 선생님도 반친구들도 모두 협조적이었어요. 또한,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딸아이를 포함한 2~3명이 영어 보충수업을 받으러 갔는데 그게 다른 친구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더라고요. 

 

 

딸아이 학교의 일부. 대학 캠퍼스처럼 여기저기 건물들이 있어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아이가 너무 어릴 때 유학을 오게 되면 한국말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연습할 곳은 집 뿐이니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한글 학교를 다니고, 아이들끼리는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학년의 경우, 학년이 높을 수록 학교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일이 많은데요, 따라서 기본적인 영어실력이 받춰져야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학교 수영장에서 다들 열심히 수영 배운다고 정신이 없네요.

 

 

자연스러운 영어구사를 위한 기간: 최소 2년이상

저 역시 막상 실제로 겪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영어 습득 기간은 1년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읽고 쓰고 말하는데 반 친구들과 차이가 나지 않는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은 필요하다는 것을 딸아이를 통해 느낍니다. 처음 1년은 영어보충수업을 통해 영어를 이해하는 워밍업 기간이라면, 1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자신감있게 영어를 말하고 영어를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 아이학교에서 주최한 캐릭터 옷 입기 이벤트에서 찰칵

 

 

 

라떼는 말이야..이런 구경 네 나이때 못했단다..ㅋ

 

 

가장 부러운 것 : 자신감

이제 딸아이를 보면 제가 가장 부러운 것은 "영어를 말할 때의 자신감" 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부터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저와 비교를 하면 안되는 거지만.. 1년 반 남짓의 시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고, 모든 상황을 다 표현한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 아직도 문법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영어로 현지인들과 대화할 때면 더 신경을 쓰거든요. 그러나 우리 까꿍이..제가 대화 도중 딸아이의 틀린 영어를 바로잡아주면 "엄마, 상관안해~"라고 한다는..ㅋㅋ

 

 

매년 열리는 학교 카니발 축제. 벌써 작년이네요. 

 

 

호주 온지 1년 반 남짓 지금은? 

한국어 만큼 영어가 편한 까꿍이가 되었습니다.

 

까꿍이에게 한국말을 쓰는 시간은 오롯이 집, 가끔 제 한국인 지인들을 만날 때, 아니면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로 한정이 되어 있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선 영어만 쓰다보니 집에서도 영어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집에서 혼자 놀때는 영어로 인형들과 상황극을 하고요. "한국말로 우리 얘기하자." 라고, 한국어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할 정도니 참 많이 변했지요?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 예전엔 호칭 정리부터 해야했기에 "너 몇 살이야?"를 먼저 물어봤다면, 이젠 "너 이름이 뭐야?"를 물어보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ㅎㅎ

 

 

친구집에 초대받아 자연스레 노는 경지에 오른 까꿍이!

 



한국을 벗어나서도 한국문화를 간직하고, 현지 문화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부모들보다 아이들이 더 어렵겠지만, 두 문화를 모두 경험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언젠가 깨닫기를 바래봅니다. 여러 이유로 해외 이민, 자녀 유학을 고민 중이신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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